첫번째 이야기 : 도시의 형태와 생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서 인용 (찰스 몽고메리, 미디어윌)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시장선거에 3번째 도전해서 마침내 시장이 된 엔리케 페날로사는 도시 형태와 도시 문화 사이에 내재적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엔리케 페날로사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시민 정신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시 자체가 형태, 시스템, 서비스에서 직접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소득의 평등보다도 삶의 질에 있어 평등이 더 중요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지 않는 환경, 자신이 따돌림 당했다고 느끼지 않는 환경입니다."


 중산층이 사는 북쪽 외곽 동네에 도착했을 때 엔리케 페날로사는 근로자 두 명이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내게 말했다. "저 사람들 보이시죠? 저 사람들은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운 자부심을 느낍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자부심을 느낄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왜냐하면 자전거를 타는 경험에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전에는 보고타 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나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차로에 방해가 되는 귀찮은 조재로 대우받았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가장 큰 상징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자전거 도로는 30달러짜리 자전거를 가진 시민이 3만 달러짜리 BMW 자동차를 가진 시민과 또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버스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페날로사 시장이 취임하고 3년 뒤 보고타 시에 나타난 변화는 놀라웠다. 도심이 되살아났다. 학교 등록률이 30퍼센트 증가했다. 2001년 보고타 시에서 자전거 통근자 수는 3년 전의 두 배에 달했다. 자전거 통근자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1.5개월분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이것이다. 공정한 도시 창조에 주안점을 둔 행복한 도시 건설 프로그램으로 빈곤층만 혜택을 본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시민의 생활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트랜스밀레니오 버스 통행으로 많은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 승용차 운전자들의 이동 속도도 전보다 빨라졌다. 평균 통근시간은 20퍼센트 빨라졌고 도로 소음이 감소했다. 페날로사 시장이 임기를 마칠 무렵 보고타 시의 교통사고율, 살인범죄율은 3년 전보다 낮아졌다. 트랜스밀레니오 버스 운행 지역의 유독가스 배출량과 스모그가 줄었다. 



"20년 전, 보고타 시민의 80퍼센트가 미래를 완전히 비관했습니다. 현재는 대다수 시민이 미래를 낙관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도시는 각 시민이 생각하는 도시 이미지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주관적인 것입니다."


Third theme



Suzy/

서울에서 20여년을 살면서 많은 곳을 가보았고 많은 일을 겪어보았다. 대학을 자퇴하고 유학을 가고 싶은 마음, 삶의 터전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싶은 마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방인으로써 외국에 사는 것이 서울에서 일어나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목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라는 걱정이, 그 마음들의 크기를 줄여주었다. 부조리의 옹호자들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난 서울이 좋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인간으로 살아온 기억들이 있는 도시다. 하지만 아마 다른 나라나 도시로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삶의 가지를 치기 시작하면 서울의 가치는 대체될 수도 있다. 


도시의 오리지널리티란 결국 얼마나 예쁜 간판을 다는 것인가, 얼마나 화려한 장소를 만드는가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이다. '이야기'란 것이 배부른 중산층의 돈놀음 혹은 지식인인척 하는 이들의 말장난처럼 여겨지는 한국 속에서 서울은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