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Sounds] A Night in December


 
  
'La Nuit de Décembre', Alfred de Musset

...

Qui donc es-tu, spectre de ma jeunesse,
Pèlerin que rien n'a lassé ?
Dis-moi pourquoi je te trouve sans cesse
Assis dans l'ombre où j'ai passé.
Qui donc es-tu, visiteur solitaire,
Hôte assidu de mes douleurs ?
Qu'as-tu donc fait pour me suivre sur terre ?
Qui donc es-tu, qui donc es-tu, mon frère,
Qui n'apparais qu'au jour des pleurs ?

[Extra Story] "The only truth is love beyond reason."



첫 번째 이야기.
 
 

로렌스 애니웨이(Laurence Anyways)’SNS에서 본 "마음은 늘 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릅니다."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예전부터 그 문장을 쓴 에디터의 글을 좋아했었는데, 문득 이 문장을 보니 옛날에 스크랩 해 둔 글들이 생각났다.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담백하면서도 정제된, 그렇지만 솔직한 문장들.  그 중에는 연인의 사랑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세상에는 허브의 종류나 크레파스의 색깔 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글도 있었다.

사랑은, 그런 엄청난 종류의 사람들 중 '누군가'들이 만나서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아는 단어들로 워딩(wording)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논리로 정리할 수 없다. 그런 것들로 정리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사랑도 아닐 거다. 우리도 그게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연애', '결혼' 혹은 케미스트리인연같은 개념으로 설명해 보려고 하는 거다. 채팅방에서 친구들이 연애에 관해 풀어내던 썰들이 생각났다. 다들 '노력', '들이대기', '관심끌기', '연락' 같은 단어로 서로를 설득하려 하다, 결국 자기 자신을 확신 시켜보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실패했다. 우리의 일상적인 단어들로는 우리는 어떤 확신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사랑에 관해서는 어떤 말도 부질없구나,란 결론에 이르렀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우디 앨런이나 자비에 돌란의 주인공들을 본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엇이 사랑이고 아닌지 애써 정의 내리려 하지도 않고 미래나 관계에 대한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그들이 정말 상대방을 사랑하는지 그냥 사랑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다.
 
 
 
 

불꽃 같은 사랑에 있어서는 자비에 돌란의 인물들이 우디 앨런보다 한 수 위이긴 하다. 돌란은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려 한다. ‘하트비트로렌스 애니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하트비트는 아예 오프닝에서부터 문장으로 영화의 주제를 선포한다.

“The only truth is love beyond reason.”

 


 

두 번째 이야기.

 K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그 오빠는 늘 N 선배하고 술을 마실 때만 연락을 하고, 언제나 질문은 한 가지다. 연애 잘 하고 있니. 남자들은 근황 이야기 할 때 신기할 정도로 정말 다 그것만 물어본다. 하지만 K 오빠는여자 이야기혹은 남자 이야기하기를 좋아해서라거나 남의 사생활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엄청난 낭만주의자라서 그런 거라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K오빠는 늘 사랑 이야기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뼈대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들은 그냥 이런저런 곁가지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내 의지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K 오빠는 

 "수지야, 난 널 믿는다. 믿는다는 게 뭐냐면, 넌 잔머리를 굴려 널 버리거나 팔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을 거란 걸 믿는다고."

란다. 그건 마치 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혹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격려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오빠는 최근에 70대 노인이 부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노인이 부인을 살해한 이유는 의처증 때문이었다. 오빠는 나이 칠십 먹어서도 부인이 다른 남자를 만날까 불안해 하는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하냐고 했다. 사실 나는 의처증은 사랑과는 다른 정신질환적 기제라고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오빠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는 잘 알았기 때문에 그냥 맞장구를 쳐주었다.

 사랑이야, 사랑.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라고, 오빠는 여러 번 되풀이 해 말했다.

 

 
 

세 번째 이야기.

 우리는 웃고, 울고, 즐거워하고, 분노하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외치며 백기를 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밤새도록 혹은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대기도 하고 반대로 그 사람을 사랑했단 이유로 죽일 듯한 증오를 품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미 우리의 손을 벗어나 멋대로 이리저리 튀어 다닌다. 온전히 내 것인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이 이미 있던 자리를 벗어나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탈주한 것을 알았을 때의 황망함은 마치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지고 있을 때의 그 기분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롤러코스터 같은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확실한 것은 그것조차 기약이 없다는 것뿐이다. 뮈세의 말 대로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진실은 이성을 잃은 사랑 뿐이다.
 
/Suzy